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비슷한 차별과 격차의 문제를 경험하잖아요. 차별과 억압의 경험이 보편적인데도,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하지 않거나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옛날에는 두발 규제와 같이 청소년 인권에 대한 큰 의제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큰 운동들이 가능한 의제가 많이 없는 게 주요한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또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지지부진해서 오랫동안 반복해 이야기하다보니 의제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유인 것 같구요. 다들 청소년으로서 받는 억압이나 차별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일상적으로 교복 입기 싫고, 불합리한 규제를 당하면 짜증이 나지만 사실 저도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걸 적극적으로 바꿔야 할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받고 있는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그런 걸 조금 더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함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기회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청소년들로부터 그런 기회가 격리되어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곧 성인 연령이 되시는데요, 그래도 청소년 운동을 계속하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청소년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맺는 관계나 조직의 분위기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활동 바깥의 공동체에서 신경쓰지 못하는 점들을 같이 고민하는 지점이 좋은 것 같아요. 음, 되게 옛날에 마무리된 논의인 것 같기는 한데 청소년 당사자가 아닌데도 청소년 활동을 계속 해야 하느냐하는 점에서도 생각을 해보기는 했어요. 일단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으니까 비청소년이라도 계속 운동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또 비청소년이 된다고해서 꼭 청소년 시기에 겪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느정도 연결이 되어있다고 생각해서 청소년 운동으로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고,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당사자 시기의 활동/운동이 청년기까지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맞아요. 계속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소년기가 지나고 삶의 형태가 달라지면서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부산지부에서는 언제까지는 같이 활동하자는 얘기를 서로 하기는 했어요.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만 18세라는, 실질적으로 극히 적은 수의 10대 청소년만이 유권자인 상황에서 청소년 운동을 하시면서 답답함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같은 중요하지만 큰 이슈들을 더 힘있게 밀고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 조례 제정과 같은 이슈들은 정치권의 상황이 맞아야 가능한 일들이잖아요. 물론 청소년인권의 관점에서 계속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하겠지만, 외부적 상황이 큰 힘을 가지는 문제들에 너무 힘을 쏟다보면 저희 스스로가 소진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안이 발생하면 대응을 하면서도, 적어도 부산지부의 상황에서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고, 너무 힘이 들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활동을 찾아보는 게 활동의 지속을 위해서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과가 눈에 바로바로 확인이 되지는 않아도,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잘 챙겨주고 구성원 개개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내서 하는 것들이 활동을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슈 파이팅이 필요할 때 소진되지 않은채로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청소년기에 사회에 대해 가졌던 관심이 청년기까지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또는 청소년기 활동(운동)을 경험했던 분들이 운동을 지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생계가 해결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꼭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청소년운동이 사람들에게 계속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기는 비청소년 시기를 대비하는,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로 여겨지곤 해요. 근데 청소년 시기부터 활동을 한 사람들은 그런 준비를 하지 못했고, 또 청소년 운동은 ‘청소년은 예비 성인’ 이라는 인식에 반대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청소년 운동이 바라는 사회는 찾아오지 않았고, 또 청소년운동은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너무 미약해서 많은 활동가들의 삶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아요. 이 점은 꼭 청소년운동이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사회운동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청소년 운동의 특수성이 이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청소년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참여 활동이나 시민 교육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학교의 역할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 밖에도 삶과 사회가 있는데 학교 안과 밖을 너무나도 꼼꼼하게 구분짓는 거에요. 그래서 결국 경계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제대로 된 보호나 교육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고, 또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제공받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막연하지만 학교의 형태가 아닌 공교육의 역할이 훨씬 커지고, 거기에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꼭 특정한 ‘참여 활동이나 시민 교육’을 바란다기 보다는, 그것들이 학교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더이상 참여 활동과 시민 교육이 아니게 될 수도 있겠죠. 학교에서 격리된 체 잠시 체험하는 ‘참여’ 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모습이 되는 거고, ‘시민 교육’이 아니라 진정한 시민으로서 살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정말 막연한 생각이에요.

라다님이 꿈꾸는 청소년 활동, 운동의 이상적인 모습이 있을까요?

 청소년들이 자신의 욕구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기성의 사회에서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고민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길 바래요. 해방적인 공동체요. 청소년운동 공동체에서 구성원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무엇이 올바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그런 고민이 멈출거라 상상하면 싫어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고 계신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이 세상에는 사람의 수 만큼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겠지만, 청소년기의 차별과 억압은 모두가 비슷하게 겪었고, 또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나이에 맞춰 ‘학생’이라는 틀에 묶고 여러 불합리한 억압을 가하고 있으니까요. 또 ‘학생’에 묶이지 않는 청소년들 또한 흔히 대상화되고, 무관심이나 가끔은 비난도 받아야 해요.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맞춰져 있지 않아요. 청소년을 혐오할 때 사용되는 논리는 그들이 비청소년의 사회 질서에 들어맞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비교적 나이가 어린 청소년들이 ‘잼민이’라고 불릴 때,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이 ‘급식충’이라고 불릴 때 청소년의 이런 특성이 조롱당하고는 해요. 하지만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처음 접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할 때는 어리숙해지고, 가끔은 눈치 없이 행동할 때도 있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청소년 시기가 지나서고 나서도 청소년의 특성에 근거한 억압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청소년 인권 운동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해요. ‘우리 모두가 당사자다!’ 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청소년인권에서 하는 주장들이 연결되는 지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의식 과잉 같지만(웃음) 청소년 운동이 힘들고 여건도 열악해도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많이 부족해도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활동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에요! 가벼운 참여라도 좋으니 청소년인권 단체를 찾아 주신다면, 그곳의 활동가들이 기쁘지 않을까 싶습니다.